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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0일 목요일

최태원-노소영 재산 분할 재판서 확인된 ‘정경유착’ 흑역사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뉴시스

재벌 2세와 권력자 자녀 결혼은 사실상 정경유착으로 이어졌고, 이 정경유착이 부부의 거대한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전 선경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재산분할 소송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 회장 아버지(최종원 선대 회장)가 노 관장 아버지(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SK텔레콤(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고,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일부를 받아 SK증권(전 태평양증권)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상 확인된 것이다.

그 결과, 최태원 회장의 재산 약 4조원 중, 1조 4천억원가량을 노소영 관장에게 분할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산분할 약 600억원에서 20배가량 불어난 규모다. 재산분할 규모가 크게 차이 난 것은 부부가 형성한 재산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고등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에게 도움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고,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앞서 1심은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최 전 회장에게 무형의 도움을 제공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선경그룹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1992년, 제2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사돈 특혜 논란이 일었다. 선경그룹은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선경그룹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1994년이다. 김영삼 정부는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추진했고, 선경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동시에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진행됐다.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맡았고, 전경련 회장은 바로 최 전 회장이었다.

최 전 회장은 전경련 회장 지위를 이용해 제2이동통신사업사 선정에 개입하는 한편, 한국이동통신 인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 많다. 최 전 회장의 전경련 회장 내정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말기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경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최 전 회장에게 상당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시했다.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00억원이 최 전 회장에게 전달돼, 태평양증권 인수와 SK 주식 매입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정황상 사업적 도움과 권력의 비호가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간에 알려진 건 1995년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다수 기업에서 돈을 받았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당시에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 총액을 4조 115억원으로 산정했다. 해당 금액을 토대로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1988년 결혼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17년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듬해 소송에 돌입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절반을 요구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주식은 시가 기준 1조원 규모다. 위자료는 3억원을 청구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함께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 지분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을 2조원으로 변경했다. 위자료는 30억원으로 올렸다.

노 관장 대리인 김기정 변호사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 회장의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에 대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확대·유지됐다는 상대방 주장에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돼서 30년 동안 확대됐으니 나누는 것이 맞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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