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사진: 미국무부)
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사진: 미국무부)

지난 주 국제 뉴스에서 탑을 차지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하 ‘리야드 협상’)이었다. 트럼프 취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리야드 회담’은 전격적인 것이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이 모여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악화된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고, 러-우 전쟁의 종전을 논의했다.

회담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미러 관계를 회복하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5월 개최설이 보도되기도 했고, 당사국은 그것을 부인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런 해프닝 자체가 미러 정상회담의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러-우 종전 역시 논의되었다. 미-러 양측은 러-우 종전을 위한 협상팀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아 이 협상 역시 빠르게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리야드 협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리야드 협상의 추진 배경과 목적, 전망 등에 대해 무수한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상은 진행될 것이다. 동상이몽 속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와 푸틴의 협상 추진 배경과 목적은 전혀 다르다. 이후 미러 관계와 러-우 종전 관련한 네 가지 포인트를 살펴본다.

트럼프의 강대국 정치: 미국 중심 질서 복원 시도

트럼프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철저히 배제했다.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협상에서 제외하고, 미국과 러시아만이 종전을 논의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강대국 정치의 방식이다. “강대국이 결정하고, 약소국은 따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이번 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젤렌스키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협상에서 배제된 젤렌스키가 미국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하다.

유럽(나토) 또한 이번 협상에서 배제되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해 온 다자 협력 체제를 거부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유럽 국가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점 역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다시 국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된 협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목표: 미국 우선주의(MAGA) 실현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단순한 외교적 실험이 아니다. 그는 철저히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확보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1,000억 달러를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희토류 광물 지분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4% 지지율밖에 안되는 독재자"라며 젤렌스키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유럽 안보의 유럽화이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유럽에 전가하면서 유럽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무기 판매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 목표는 러-중 관계 흔들기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푸틴이 중국과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려 한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고, 미국의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네번째 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미국방장관이 2월 12일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회의에서 밝혔듯이, "중국이라는 동등한 경쟁자를 마주하고 있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즉, 트럼프는 이번 협상을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푸틴의 목표: 러-우 전쟁 승리 공식화 & 대러 제재 해제

푸틴은 단순한 종전 협상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푸틴의 첫 번째 목표는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는 협상을 통해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편입을 공식화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원천 봉쇄하려 한다. 

두 번째 목표는 유럽(나토) 흔들기이다. 미국-유럽(나토) 관계를 흔들고, 유럽의 단결을 저해하여 반러시아 유럽 정치를 약화시키려 한다. 

마지막 목표는 미국의 대러 경제 제재 해제다. 하지만 트럼프는 “종전 후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푸틴은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공식화하고, 서방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협상의 전망: 현실적 장애물과 변수들

트럼프와 푸틴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지는 불확실핟. 변수가 많다.몇 가지 주요 장애물이 있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 간 제재 해제 시점 충돌이 핵심 변수다. 푸틴은 즉각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만, 트럼프는 단계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둘째,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가 배제된 협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종전이 어려울 수 있다.

셋째, 유럽 주요 국가들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공식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푸틴이 트럼프의 강대국 정치에 편승할지, 견제할지가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푸틴은 트럼프의 전략을 활용하면서도, 러시아의 독자적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장창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