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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4일 화요일

김건희·의료대란 말도 못 한 한동훈...윤 대통령 '체코 순방' 자랑 듣다 끝났다

 

'상견례'로 퇴색한 90분, 발언·사진 대통령실 선별로 사후 공개...한동훈, '독대' 재요청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09.24.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은 결국 '밥만 먹다' 끝났다. 애초 의료개혁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겠다던 회동 취지가 무색하게 만찬 자리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를 공유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독대는 윤 대통령 측에서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고,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은 용산 대통령실 앞 야외 분수정원에서 오후 6시 30분경 시작해 90여 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7월 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김종혁·진종오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등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이상 참모 12명이 자리했다.

만찬은 언론에 전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전속 취재로 진행해 출입기자들에게는 사전·사후 서면 자료만 배포했다.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 선별해 공개한 사진도 참석자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기념사진 위주였다. 국민의힘은 만찬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만찬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일부만 부분적으로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자리를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구성을 마친 국민의힘 지도부 '상견례' 성격으로 강조했다. 주요 의제로는 최근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관련 "성과 공유"를 꼽았다. 지난 24일 만찬을 예고하며 "이번 회동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의료 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던 것과는 달랐다.

"화기애애" 강조했지만...한동훈, 결국 독대 재요청

대통령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는데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라고 물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 정도였다.

식사 자리의 건배주로는 오미자주스가 준비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한 대표를 고려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 메뉴를 소개하며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지만, 오간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은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며 당정 화합을 애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을 끝낼 무렵 산책을 제안해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함께 10여 분 동안 주변을 거닐며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주도의 '환영회'로 퇴색된 만찬에서 당정은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야당의 우려대로 "배만 채우고 성과는 없는 '빈손 만찬'"이 된 것이다. 한 대표는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의 주요 원인인 의료대란, 김 여사 비위 의혹 문제,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서는 끝내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이같은 주요 현안에 관한 논의와 해법 도출은 생략됐다.

한편 한 대표는 만찬 말미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홍 수석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미 한 대표의 독대 요구에 불쾌감을 표시한 뒤, 거부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독대 자리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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