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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일 일요일

트럼프에게 왕관 선물한 이재명, 잘한 건가?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5/11/02 [14:08]

  © 대통령실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미국민 무시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비판과 함께 조롱까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왕은 없다’며 미국민이 노 킹스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왕관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 미국 유명 언론인들이 한국 정부를 일제히 비판했다.

 

ABC방송의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키멀은 “한국 정부가 (미국민) 수백만 명이 왕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친 노 킹스 시위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면)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선물로 딱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CBS방송의 토크쇼 ‘더 레이트 쇼’의 스티븐 콜베어는 “(한국 정부가) 지금 트럼프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커다란 황금 왕관을 줬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정치 풍자 방송 ‘데일리 쇼’의 데시 리딕은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느냐”라며 “갑자기 이렇게 왕관을 줘버리면 도움이 안 된다”라고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소리쳤다.

 

또, SNS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라 금관을 쓰고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는 영상을 비롯한 여러 인공지능 합성물이 올라왔다.

 

  © 엑스

 

이는 미국 네티즌들이 미국에 왕이 등장했다는 걸 풍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고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노 킹스 시위를 벌이는 미국민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한국민 배신

 

트럼프 정부는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 감금했다.

 

이후 우리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고 줄곧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관세 협박만 해댔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필 선물을 줘도 왕관을 줬다.

 

왕관과 함께 우리나라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민 체포, 감금과 관련해 한마디 사과도 안 하고 관세 협상에서 불평등하게 강요만 했는데도 말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 굴종한 것으로 비쳤다.

 

국민은 이런 이 대통령의 모습에 굴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협상하라고 했는데, 미국에 아부나 하고 있으니 문제였다.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다음날 진보당 등 진보개혁 야당들이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평가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퍼주기 협상”이라고 규탄한 것은 다만 협상 결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왕관, 훈장까지 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에 대한 평가도 들어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왕관을 선물하면서 한국민 감금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배신한 것이다.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163차 촛불대행진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163차 촛불대행진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5/11/01 [19:40]

“오늘도 싸울 준비 되셨습니까? 조희대를 탄핵하라!”

 

촛불행동이 1일 오후 4시 대법원 앞에서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3차 촛불대행진’을 앞두고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위처럼 외쳤다.

 

  © 이영석 기자

 

시민들이 “와아!” 하고 힘찬 함성을 쏟아내며 집회가 본격 시작됐다.

 

늦가을이 성큼 찾아온 이날 대법원 일대는 지난주에 이어 “조희대 탄핵”을 외치는 4천여 인파(주최 측 추산)로 들어찼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 인원이 계속 늘어났다.

 

본집회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에 부역”하고 “(내란세력의) 행동대장을 자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촛불은 최전선이다. 백전백승, 연전연승의 기세로 국민주권을 실현해 나가자”라고 강조하며 구호를 외쳤다.

 

“대선개입 내란비호 조희대를 탄핵하라!”

“불법재판 범죄자 조희대를 수사하라!”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진압하자!”

“내란세력 척결 위해 특별재판부 즉각 설치하라!”

 

시민들이 사회자의 구호에 호응하며 ‘조희대 탄핵’을 해낼 것을 다짐했다.

 

  © 이영석 기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내란 재판을 받는 윤석열의 안하무인 행태를 언급한 뒤 “상전을 모시듯 내란 수괴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지귀연이 엄중해야 할 내란 재판에서 실실 웃으며 가볍기 짝이 없는 태도로 임한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라며 “조희대가 장악한 사법부가 내란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내란세력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특검의 수사와 재판이 한 몸이 돼야 한다. 수사 따로, 재판 따로 해서는 내란 청산이 물 건너가게 된다”라며 “윤석열처럼 조희대도 주권자 우리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리자. 특검을 설치했던 것처럼 특별재판부도 우리의 손으로 설치”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홍사훈 기자의 발언도 있었다. 

 

홍 기자는 조 대법원장이 12.3내란 때 내란세력과 한 몸이었기에 내란 청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초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을 무죄 판결하고 석방까지 한 뒤 사법부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바로 재개”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재판의) 칼자루”를 쥔 사법부가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판결을 진행하면 “이걸 뚫고 나갈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봐도 방법이 (광장에 나오는 것)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라도 먼저 나와야겠다고 결정했다”라며 “혁명적 분수령을 (넘어서 혁명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여러분, 우리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튜브 채널 ‘새날’의 권현문 PD는 ▲조 대법원장의 딸과 사위가 로펌에서 맡은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지정됐다 ▲조 대법원장의 딸이 ‘이재명 사건은 파기환송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아래 정치검찰이 조 대법원장 등 판사들을 사찰할 때 약점을 잡아 말을 듣도록 만들었다는 등의 의혹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파면된 뒤) 사법부만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지귀연, 조희대 이런 자들이 내란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석열 내란 때 광장을 가득 채웠던 여러분. 지금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라고 호소했다.

 

미국의 주권 침해, 날강도 행태를 규탄하며 22일 동안 농성하다가 오늘 해단식을 한 자주독립 대학생 시국농성단의 백륭 단장이 발언했다.

 

백 단장은 “트럼프는 끝끝내 사과 없이 방한해서는 3,500억 달러를 10년 동안 현금으로 투자하고, 미국의 조선업에 투자하고, 미국의 에너지 구입, 비행기 구입 등 한국 정부의 엄청난 투자 약속을 기어이 받아냈다”라면서 “금덩이를 한 번에 훔치든, 10번에 나눠 훔치든 똑같은 날강도 아닌가?”라고 외쳤다.

 

또한 이재명 정부를 향해 대미 협상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하며 “경제를 약탈하는 미국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의 극우세력, 내란세력들과 한통속”이라면서 “자주독립 정신으로 국민주권 실현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김인홍 님의 어머니 김복순 씨는 아들에게 조국의 정체성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 유학을 권했다고 했다. 그런데 김인홍 씨가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희생됐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국가에서 죽인 것 아닌가!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일당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가 「조희대 왜 이래」, 「신발 끈 고쳐 매고」, 「(조희대) 탄핵해」를 노래했다.

 

본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를 뚫고 강남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정리집회에서는 가수 성국 씨가 「질풍가도」, 「그대에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노래했다.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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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민웅 상임대표, 홍사훈 기자, 권현문 PD.  © 이영석 기자

 

▲ 왼쪽부터 백륭 단장, 김복순 씨.  © 이영석 기자

 

▲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의 공연.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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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성국 씨의 공연.  © 이영석 기자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감사한 존재이다.

 

우리가 사는 길에는 ‘비움의 길’과 ‘채움의 길’이 있다
박한표  | 등록:2025-10-31 09:42:09 | 최종:2025-10-31 09:46:43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감사한 존재이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10월 28일)

1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리즈 마빈 글, 박은진 역)라는 책을 샀다.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를 얻고 싶어서 이다. 가급적 <인문 일지>에서 나무 이야기를 당분간 이어갈 생각이다.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차분한 이성과 따스한 마음을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무는 무려 4 억 년 가까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그 나무들에 대해 10월 초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산책 길이 더 흥미롭다. 나무들을 더 잘 살펴보게 된다. 우선 나무에 관한 시를 한 편 공유한다.

나무 / 김현승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
참나무는 튼튼한 어른들과 같고
앵두나무의 키와 그 빨간 뺨은
소년들과 같다.

우리가 저물녘에 들에 나아가 종소리를
들으며 긴 그림자를 늘이면
나무들도 우리 옆에 서서 그 긴 그림자를
늘인다.

우리가 때때로 멀고 팍팍한 길을
걸어가면
나무들도 그 먼 길을 말없이 따라오지만,
우리와 같이 위으로 위으로
머리를 두르는 것은
나무들도 언제부터인가 푸른 하늘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가을이 되어 내가 팔을 벌려
나의 지난날을 기도로 뉘우치면,
나무들도 저들의 빈 손과 팔을 벌려
치운 바람만 찬 서리를 받는다, 받는다.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감사한 존재이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가 보여주는 지혜는 길게 나열해 볼 수 있다.
▪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보이지 않는 관계 망을 이루고, 위협을 감지하면 적극적으로 대응도 한다.
▪ 나무는 바람에 쓰러져도 끝이라 여기지 않는다. 포기하기는 커녕 땅에 누운 채로 기발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간다.
▪ 나무는 변화에 적응하고, 풍파를 견디며, 마침내 생명을 활짝 피워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
오늘 선택한 나무는 주목(朱木)이다. 주목은 상록 침엽수이다. 침엽수이긴 하지만 전나무나 소나무에 비하면 비교적 넓은 잎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나무 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속살도 붉어 주목(朱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목은 주로 해발 700m 이상의 고산 지대 경사 지에서 서식하는 아한대성 수종이나, 저 지대에서도 잘 적응하며, 흔히 관상 수로 기른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자라며, 러시아 동부, 일본, 중국 동북부 등에 분포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살고, 죽어서도 썩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은 나무는 주목이다. 그만큼 성장 속도도 느리다. 유럽에서도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주목은 오랜 삶의 지혜를 품은 할머니 같은 나무이다. 서두르지 말 것, 차분히 계획할 것,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것, 이런 삶의 자세는 우리가 어디를 행해 나아가야 할 지를 알려준다. 예로부터 주술적 상징을 지닌 신비로운 나무로 여겨졌고,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며 2000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무의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렵다. 자기 나이를 감추는 듯 세월이 흐를수록 속이 텅 비는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알 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장수 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면서 뿌리를 넓게 뻗어 내리는 데 있다. 혹시라도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처럼 느긋하게 가되 조금은 신비스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3
우리가 사는 길에는 ‘비움의 길’과 ‘채움의 길’이 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 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 내듯이,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일 수도 있다. 노자의 <<도덕경>> 제15장의 마지막 구절이 기억난다. “도(자연의 길)를 아는 사람은 채워짐을 원하지 않는다. 오직 채워짐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保此道者(보차도자) 不欲盈(불욕영),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채우려 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굳이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하지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치 않는다.”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채우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채워 지길 바라지 않는다. 인간이란 생래적으로 ‘채움의 길’을 간다. 뭐든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 채우고 더 가지려 한다. ‘도’를 알고 따르는 사람은 ‘채움의 길’을 버리고 ‘비움의 길’을 걷기에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 로다”하고 노래할 수 있다. ‘있음 그대로(being)’에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 문장은 어렵다. 夫唯不盈(부유불영)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는 ’그래서 도를 아는 사람은 굳이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하지,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치 않는다’로 풀이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올은 “그러므로 능히 자기를 낡게 하면서, 부질없이 새롭게 작위(作爲)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로 풀이한다. 허(虛)를 극대화 시키면서 자꾸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테마를 강조한 것이라 본다. 나는 “불신성(不新成)”이란 단어는 혁신을 부정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인위를 덧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읽는다. 그러면서도 “불신성(不新成)”을 “이신성(而新成)”의 오사(誤寫)로 보고, 이렇게 풀이 하기도 한다. “능히 자기를 낡게 하면서 또 새롭게 생성한다.” ‘끊임 없는 생성(becoming)’의 창조력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

어쨌든 노자의 철학에서는 이 세상의 어떤 것도 특정한 ‘본질’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즉 자신 안에 자신의 존재 근거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존재하며, 그 반대 방향을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본질을 최대로 발휘 시키려 하거나 그 본질을 꽉 채우려 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노자의 철학은 해체적이다. 주목에서 노자의 생각을 읽었다. 아침 사진은, 산책 길에서 주목 빨간 열매를 만나 찍은 것이다.

4
우리는 인문학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연습’이라 한다. 낯선 것은 곧 내 삶의 경계 밖의 다른 모습이며,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러니까 인문적 삶이다. 사람은 낯선 경험 속에서 비로소 깊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겨울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난과 고립 속에서 친구가 내 일처럼 도와줄 때, 우리는 관계의 귀함을 새삼 느낀다.

화순 불암사 주지 법인 스님이 가르쳐 준 다음의 일화가 인문적 삶이 무엇인 지를 알려준다. “사리불”은 석가모니 붓다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혜가 뛰어난 수행자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붓다의 제자는 아니었다. 사리불은 친구 목건련과 함께 [붓다가] 산자야라는 수행승의 제자로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했고, 깨달음과 해탈로 이끌어 줄 참된 스승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 어느 날, 사리불은 탁발하러 마을로 갔다가 유난히 맑은 기운을 지닌 한 수행승을 보았다. 사리불은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그분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 수행승은 자신이 붓다의 제자 앗사지 비구라 밝히며 말했다. “나의 스승께서는 ‘모든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나고, 원인이 다하면 사라진다. 이것이 위대한 사문의 가르침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사리불은 전율했다. 그는 곧 목건련에게 이 말을 전했고, 둘은 산자야를 따르던 250명의 동료들과 함께 붓다의 승단에 귀의했다.

이 일화의 의미는 단지 붓다의 위대함이나 제자들의 개종에 있지 않다. 핵심은 사리불의 남다른 시선과 경청의 태도다. 그는 일상적 풍경 속에서 단정하고 고결한 수행자의 낯선 기운을 알아보았다. 평범한 나날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겸허하게 물었기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

남다른 시선은 낯섬 속에서 새로운 기운을 찾아내는 거다.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라고 주장했던 최진석 교수의 담론이 소환된다. 최 교수는 “훈련된 지성적 시선의 높이가 그 사람의 철학 수준”이라 주장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시선과 활동성을 철학적 높이에서 작동시킨다. 그 때 작동되는 것이 다음의 세 가지이다. (1) 창의력과 상상력 (2) 윤리적 민감성 (3) 예술적인 영감. 인문(人文)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인간의 동선(動線)이다. 인문적 활동이란 인간의 동선을 파악한 후, 그 높이에서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상상이나 창의는 인문의 높이에서 튀어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한다. 인문적 시야를 가지려면, 시선의 높이를 상승시켜야 한다. 그건 전략적 높이에서 자기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이 직접 그 길을 결정하는 일이다. 시선의 높이는 생각의 높이이고, 생각의 높이가 삶의 높이라고 최진석 교수는 자주 말한다.

시선이 바뀌면 보이는 게 달라진다. 땅 위의 아웅다웅하는 삶이 쪼잔해 보이고, 큰 틀에서 오히려 쪼잔한 싸움의 두 당사자 모두에게 귀를 기울이는 여유도 생기고, 혹여 나 자신이 싸움의 당사가 된다면 통 크게 한발 물러설 용기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땅 위의 삶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해 온 규칙의 구속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땅 위의 삶을 하늘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거다. 그러다 보면, 내가 옳다고 여겨 온 신념, 나를 가둬온 고정관념을 바로 시선의 높이로 깨어 버릴 수 있다.

익숙한 것이 새로워지고 낯선 것이 다정하게 다가올 때 우리는 틀을 벗어나 활력이 생긴다. <금강경>의 핵심은 이렇다. “그 무엇에도 갇히거나 얽매이지 말고, 마주하는 사람과 일에 기꺼이 마음을 내라.” 법인 스님이 말하는 사례들을 더 들어 본다. “‘낯선 사람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을 존귀하게 보게 되었다’는 어느 스님의 고백이 있다. 조계종의 스님들은 매년 의무 연수를 받는다. 경학 심화, 인문, 복지시설 연수다. 그 스님은 별 기대 없이 장애인 복지관에서 조리와 배식, 청소 봉사를 했다. 그러나 사흘의 봉사 후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늘 받던 공양에서 벗어나 음식을 해주는 입장이 되자 밥과 반찬, 사람들의 얼굴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환한 얼굴로 봉사하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스님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누리고만 살아왔음을 부끄럽게 느꼈다. 봉사라는 낯선 규칙 속에서 그는 자신의 허물과 세상 사람들의 고마움을 동시에 깨달었다. 이후 그는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세상의 낮은 자리’임을 알고, 하심과 공경의 마음으로 봉사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쁨이 넘친다고 고백했다.”

미셸 푸코는 익숙한 질서의 해체 속에서 사유의 공간이 열린다고 했고, 질 들뢰즈는 사유는 만남과 충격 속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라캉은 인간은 언어가 구축한 ‘상징 질서’ 속에서만 사고하고 욕망한다고 보았다. 그 속에서 계급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언어가 내면화된다. 결국 인간의 굴레란 편견과 고정된 사고의 반복이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과 가치관에 갇혀 살아간다. 알고리즘의 굴레는 유튜브에만 있지 않다. 다양성의 시대 같지만, 실제로는 안이한 범주 안에서만 수많은 변주가 반복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익숙한 영역을 넘어 낯선 규칙 속으로 건너가 새롭게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시 ‘뒤에야’의 일부다. 지금 당장 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그곳에서 고요한 깨우침이 피어날 것이다.

뒤에야 / 중국 명나라 문인 陳繼儒(진계유)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노라.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노라.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노라.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자나쳤음을 알았노라.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노라.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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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이고, 말씀은 <루카 복음> 6,12-19 “열두 사도를 뽑으시다” 이다. 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그들을 사도라고도 부르셨는데, 그들은 베드로라고 이름을 지어 주신 시몬,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 요한,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열혈당원이라고 불리는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또 배신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 그분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온 유다와 예루살렘, 그리고 티로와 시돈의 해안 지방에서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홀로 너머 함께> / 상지종 신부님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루카 6,12)“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루카 6,17)

홀로 오른 산
벗들과 함께
내려오시다

홀로 머문 밤
벗들과 함께
새벽이시다

홀로 걷던 길
벗들과 함께
나아가시다

성경에서 숫자 12는 완전함, 충만함, 그리고 조직의 완결을 의미하며, 이는 이스라엘 12지파와 예수의 12사도를 통해 나타납니다. 이 숫자는 단순히 개수를 넘어 하나님의 백성 전체와 그들을 이끄는 권위를 상징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박한표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국내에 들어와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문화원장을 하다가 와인을 공부하였습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또한 와인 및 글로벌 매너에 관심을 갖고 전국 여러 기관에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운동가를 꿈꿉니다. 그리고 NGO단체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다 그만두고, 지금은 인문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마을 활동가로 변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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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정상회의 마지막날…이 대통령, ‘성과’ 오늘 오후 직접 설명한다

 

신형철기자

  • 수정 2025-11-01 09:20
  • 등록 2025-11-01 09:11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한 뒤 함께 걸어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한 뒤 함께 걸어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공식 마무리한다. 오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양국의 민생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 등을 의제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시 주석이 국빈 방한한 건 11년 만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친교 일정,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국빈만찬 순으로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날 아펙 두 번째 세션 회의를 끝낸 뒤 의장국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회견에서는 올해 아펙의 주요 성과, 의의, 향후 협력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문장렬 교수, “핵추진 잠수함, 전략 목표 없이 도입, 관세 협상 실책 가리기용”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10.31 20:04
  •  
  •  댓글 0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미분 방정식을 풀겠다고 나서는 꼴”
“전략적으로 전혀 필요가 없는 핵추진 잠수함”
“핵은 군사무기가 아니라 정치무기…해법은 외교와 대화”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전략 목표 없이 법석 무기만 가져온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이 국익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며, ‘자주국방’의 본질은 첨단무기가 아니라 완전한 작전통제권과 정책 자율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어디에 쓸 건가?

문장렬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본질을 “전략적으로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걸 하느냐가 핵심인데, 중국이나 러시아 견제를 위해서라거나, 미국이 투입할 전력을 대신 맡겠다는 논리는 우리 평화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억제와의 관련성에도 선을 그었다. “북한은 지상 전력만으로도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데,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안보 상황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핵추진 잠수함,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우려

그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역내 확전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갖게 되면 일본이 가지겠다고 할 때 이를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라며 “그러면 동북아가 핵추진 잠수함과 핵전력이 빈번히 움직이는 지역이 되고, 이미 높은 군사적 긴장이 더 치솟는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백해무익한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자주국방’의 조건은 무기가 아니라 정책 자율성

문 교수는 ‘자주국방’이란 구호가 실제 내용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주국방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능력, 다른 하나는 제도, 즉 정책 자율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국방력은 이미 초과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정책 자율성, 특히 완전한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홍보를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미분 방정식을 풀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지금 급한 건 완전한 전작권 환수다. 유엔군사령부 문제까지 포함해 전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핵은 군사무기가 아니라 정치무기…해법은 외교와 대화

핵 문제의 성격에 대한 진단도 분명했다. 문 교수는 “핵무기는 냉전을 거치며 군사적 무기에서 정치적 무기로 성격이 바뀌었다”라며 “군사적으로 쓸 수도 없고, 써봐야 큰 효과가 없기 때문에 핵 문제는 정치·외교로 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남북 대화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에 핵을 쓸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체 핵무장’이나 ‘핵추진 잠수함 기반 억제’ 주장은 “신기루”라고 일축했다.

“목마르다고 신기루를 쫓아봐야 점점 멀어질 뿐이다. 우물을 파서 물을 마셔야 한다. 외교와 대화가 그 우물이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 관세 투자협상 논란 덮기용

문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 추진 배경에 국내외 현안을 가리는 ‘포장’의 동기가 깔려 있다고 봤다. 그는 “엉망이 된 관세·투자 협상을 덮기 위한 기만극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 목표에 대한 숙의 없이 ‘대단해 보이는 무기’로 국정을 포장하는 건 잘못된 협상”이라며, 국가 전략은 “오랜 기간 국민 동의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한반도 평화와 국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동북아 군비경쟁만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자주국방’의 실체는 첨단무기 보유가 아니라, 완전한 전작권을 포함한 정책 자율성의 확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기루 같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주권을 기반으로 한 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