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대미 담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양쪽 모두 대화를 거부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지난 28일,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헛다리를 짚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통일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협력 실현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할 것”이라며 계속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담화의 핵심 메시지

첫째, 화해와 협력의 ‘6·15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정동영 의원이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이 되면서 대북전단 살포 중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국정원의 심리전 중단, 주민 접촉 무제한 허용 등 각종 대북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은 이런 조치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근본문제도 아니며 가역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처럼 미국이 통제하면 곧바로 문을 닫는 등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인 조치로 치부했다.

김 부부장은 “‘민주’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재명 정부는 통일부 정상화를 통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다시 열자고 한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된 한국정객의 본색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며 이미 두 국가 체제가 영구 고착된 조건에서 통일부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북은 ‘6.15 시대’ 때 남이 ‘햇볕정책’이란 미명아래 흡수통일을 추진했다고 본다. 실제 사회주의 조선에 햇볕을 쬐 옷(체제)을 벗기려 한 것은 사실이다.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도 모두 국가연합을 통한 통일, 즉 흡수통일 방안이다.

결국, 서로를 적대하면서도 대화와 협력이 가능했던 ‘6·15 시대’는 어떤 수를 써도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을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명백히 밝힌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과 남북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공약했다. 하지만, 북은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한미동맹 그 자체가 대북 적대 동맹이자, 군사동맹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북 전쟁을 상정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일본까지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안보전략도 계속 추진 중이다. 게다가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증액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전시 경제 체제 준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받아들일 태세다. 김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 50여일’에 대해 기대는커녕 대화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 대목이다.

한편 김 부부장은 29일 발표한 대미 담화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실패한 과거에 집착하면 조미대화는 미국의 희망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실패한 과거에 집착’이란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면서 때 지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경향을 일컫는다.

북은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헌법에 명기했다. 때문에 비핵화 주장은 국체를 무너트리는 적대행위로 간주한다. 그러니 트럼프가 제안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성사될 리 만무하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한국의 계속된 대화 제의를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거나 “정세 악화의 책임을 전가해보려는 획책”으로 본다.

요컨대, 미국은 비핵화를 명분으로 북 체제를 무너트리기 위해 한미동맹을 이용한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을 맹신한다. 그러니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