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예 연장 필요 없어...서한으로 관세 통보하고 싶다”
산업부 “기한 넘겨 협상 계속해야 할 상황...유예 끌어내야”
- 김백겸 기자 kbg@vop.co.kr
- 발행 2025-06-30 18:08:07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주요 통상국가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유예 연장'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엇갈린 발언을 하면서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협상 분위기에 따라 상호관세 유예 연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시한인 오는 7월 8일 안에 한미 통상 협상을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 최대한 유예 연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을 묻자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서한을 통해 각국에 관세율을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으로 '축하한다. 미국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25%, 35%, 50% 또는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모든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기본관세 10%를 포함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5%다. 그러나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같은 달 9일 이를 90일간 유예했다. 이에 상호관세 유예시한인 7월 9일을 데드라인으로 두고 미국과 각국의 통상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예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 미국과 통상 합의를 이룬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은 미국이 무역 흑자를 보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무역적자 해소'라는 목표를 가진 미국 입장에서는 영국과의 협상 난이도가 한국, 일본 등에 비해서는 낮다.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관세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는 100%가 넘는 보복 관세를 상호간 중단하기로 했지만, 이는 90일간 유예된 상태다. 미중 통상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이 나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주요 교역대상국이 18개 국가라고 언급하면서 "이 중 10~12개국과 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면, 노동절(9월1일)까지 무역(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협상의 마감 시기를 유예 시한인 7월 8일이 아닌 9월 1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미 의회에서도 "선의로 협상 중인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유예 시점을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이날 야후 파이낸스에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잘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 갑자기 관세 폭탄을 떨어뜨려서 망쳐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유예 연장을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 11일 "무역 협상 마감일을 연장할 용의는 있으나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돌연 "'50%의 관세를 내야한다'고 서한을 보내는 게 차라리 좋겠다"고 발언하면서 정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서한을 보낼 수 있다"며 협상 중인 일본에도 '관세 서한'을 보낼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본은 '관세 철폐'를 목표로 미국과 고위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협상 분위기 등에 따라 일부 국가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에 대한 미국 내 사업권 매각 시한을 연장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틱톡의 (미국 사업권) 구매자가 생겼고, 중국 승인이 필요한데 시진핑 주석이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합의 가능성이 높다면 유예 여부는 유연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관세 유예' 안심할 수 없어...최대한 유예 끌어낼 것"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기한인 7월 8일 전에 협상을 결론 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대한 미국으로부터 유예기한 연장을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30일(한국시간) 기자들을 만나 "7월8일 넘겨서도 실질적 협상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미국의 유예를 끌어내면서 협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4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는 앞서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 정부에서 미국과 합의한 '줄라이(7월) 패키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3일 미국행에 오르면서 "줄라이 패키지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유예 시한에 묶여 성급히 통상 협상을 결론 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 발송'을 언급한 상황에서 유예 연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유예 시한 연장 여부에 대해 "미국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 현재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사항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짧은 기간 결론은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 본부장은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났다. 또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실무 대표로 한 대미협상 태스크포스(TF)도 동행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3차 한미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미국이 단순 상호·품목별 관세뿐 아니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제시된 거의 모든 사항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한국 정부가 고수했던 것으로, 여론이 수용하기 힘든 문제다. 구글에 정밀 지도를 반출하는 문제도 국내 IT업계 등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에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려는 목적은 미국 제조업 부흥에 있으니 (한미) 제조업 협력을 통한 재균형을 찾으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